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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가위에 눌렸던 일도, 아침까지 한 잠도 못했다는 것도 덧글 0 | 조회 1,905 | 2021-04-27 15:57:22
최동민  
TV 피플가위에 눌렸던 일도, 아침까지 한 잠도 못했다는 것도, 나는 남편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딱히 숨길 마음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따름이다. 말한다고 어떻게 되는 일도 아니고, 게다가 하룻밤쯤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별 대수로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구한테든 가끔은 그런 일이 있는 것이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남편에게 커피를 끓여 주고, 아이에게는 뜨거운 우유를 주었다. 남편은 토스트를 먹고, 아이는 콘 플레이크를 먹었다. 남편을 신문을 죽 훑어보고, 아이는 새로 배운 노래를 작은 소리로 흥얼거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블루 버드를 타고 나갔다. 여느 때와 아무 다를 것이 없다. 두 사람이 집을 나선 다음, 나는 소파에 앉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고 생각하였다. 할 일이 무엇인가? 반드시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부엌에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안을 점검하였다. 그리고는 오늘 하루쯤 시장을 않아도, 특별히 지장은 없겠다고 확인하였다. 빵도 있다. 우유도 있다. 계란도 있다. 고기 냉동되어 있다. 채소도 있다. 내일 점심때까지는 먹을 거리가 있다. 은행에 갈 일이 있었지만, 반드시 오늘 중에 가야하는 일을 아니었다. 내일로 미뤄도 지장은 없다. 나는 소파에 앉아 안나 카레리나를 읽었다. 다시 읽으며 새삼스레 깨달은 일인데, 나는 안나 카레리나의 내용을 거의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등장 인물도, 장면도, 별 기억이 없었다. 전혀 다른 책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신기한 일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읽었을 때는 제법 감동을 했을 텐데, 결국은 아무 것도 머리 속에 남아 있지 않다. 그 당시 느꼈을 감정의 떨림이며 고양된 기분은, 어느 틈엔가 깨끗이 하나도 남김없이 떨어져나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절에, 내가 책을 읽느라 소비한 방대한 시간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책을 덮고, 한 참을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대답도
김난주 옮김그것이 TV 피플TV 피플은 나란 존재 따위 전혀 무시하고 있다. 세 사람 다, 그곳에는 나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자네 경우는 그렇지 않았단 말이지?라고 나는 물어 보았다. 나는 간신히 극복했다고 생각해라고 그는 잠시 생각한 후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나는 그녀와 헤어진 후, 도쿄에서 애인을 만들었지. 좋은 여자였어. 우리는 한 동안 동거를 하기도 했어.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그녀와의 관계에는 후지사와 요시코와 사귀었을 때 같은 미묘한 마음의 떨림은 없었어. 하지만 나는 그 여자 역시 아주 좋아했다. 우리를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고, 상당히 정직하게 사귀었어. 인간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어떤 아름다움과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가, 나는 그녀에게서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었지. 그리고 나는 친구도 생겼어. 정치적인 관심도 갖게 되었고. 그렇다고 나라는 인간의 인간성이 싸그리 변한 것은 아니야. 나는 줄곧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이었고, 아마 지금도 그럴 거야. 나는 소설을 쓰지 않고, 자네는 가구를 수입하지 않는다. 그런 거야. 하지만 나는 대학에서 세계에는 여러 가지 현실성이 있다는 것을 배웠어. 세계는 넓다, 그 세계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병행하려 존재하고 있다, 반드시 우등생일 필요는 없다, 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는 사회로 나갔지존비 잠 역자 서문나는 전화기를 보았다. 나는 전화기 코드를 생각했다. 어디까지고 하염없이 이어져 있는 전화기 코드. 그 그 끔찍한 미로로 얽힌 회선의 끄트머리 어딘가에 아내가 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저 먼 먼, 내 손길이 닿지 않는 멀리에. 나는 그녀의 고동의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5분,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냐? 나는 일어나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일어난 순간 언어가 꺼졌다. 사라지고 말았다. 비행기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하였는가 그 오후, 그녀가 물었다. 있지, 당신 옛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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