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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닙니다. 아까 보니까 제 책상에 누가 그런 원고를 놓 덧글 0 | 조회 1,931 | 2021-04-27 23:11:59
최동민  
“아니, 아닙니다. 아까 보니까 제 책상에 누가 그런 원고를 놓아두고 갔길래.”솟아오른 돌둑은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가라앉아버렸다.“그저 나 하는 일을 구경꾼처럼 바라보고 있지만 말고 관심을 가지고 좀 도와달라는 것뿐이오.”이 해 11월 중순께 거행된 어가비 제막식에는 총독부의 정무총감을 비롯하여 각계각처의 고위 인사들이 섬을 찾아왔다. 그리고 주정수가 이루어놓은 사업 실적을 돌아보고 그의 업적을 실컷 치하해주었다.본교의 송교장마저 어안이 벙벙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형편이었다.원장이 노인을 재촉했다.작품은 조백헌 원장의 소록도 부임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작품의 표면적 구조는 조원장이 중심 인물로서 한편으로는 소록도의 나환자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섬 밖의 보통 사람들과 갈등하고 대결하며 화해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의 문제를 추구하는 개인의 연대기”라고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소설에 대한 일반적 정의에 이 작품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요한 두 가지 측면에서 고전적인 소설들과 구별된다. 첫째, 김현의 적절한 지적(「자유와 사랑의 실천적 화해」)처럼 중심 인물인 조원장이 “자아와 세계(혹은 타인) 사이의 간극이 불화적인 것이 아니라 화해적인 것이라고 이해하는” 특이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조원장은 자아와 세계의 불화가 극단적인 체험으로 다가오는 위기를 매번 겪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아와 세계가 하나로 합치될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또 그것에 의해 위기를 극복해낸다. 둘째, 표면적 구조에서는 조원장의 개인적 일대기로 드러나지만 심층적으로는 다양한 차원에서의 복수 인물들의 관계얽힘이 그 표면적 구조를 떠받치고 잇다는 것이다. 첫째 사실은 「당신들의 천국」을 한 개인의 영웅적 일대기로 읽을 소지를 남긴다. 사실 그렇게 읽은 평자도 있거니와, 그럴 때, 작품은 자칫 통속소설 혹은 동화적 위인 전기로 폄하될 수 있다. 하지만 두번째 사실이 그러한 위험을 방지해 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작품
저야 뭐 원장님의 약속을 신용하고 안 하고가 있을 리 있습니까. 하지만 그 친구가 아직 이섬을 자신의 낙토로 여기고 있지 않았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군요.바다를 건너가는 대열에선 합창 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그 대열의 어떤 데선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한동안씩 행진을 멈칫거리고 있기도 하였다.역시 상욱의 말을 모두 알아듣고 있는 원장이었다. 그는 좀 장난스러울 정도로 상욱의 말에 쉽게 맞장구를 쳐나가더니 이윽고는 그만 입을 굳게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발길만 옮기고 있더니, 드디어는 다시 참을 수가 없어진 듯 침울하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조원장이 섬을 떠나리라는 소문은, 그러니까 이 일을 추진해나가는 데는 누구보다도 조원장이 가장 방해거리가 되리라는 계산에서 될 수만 있으면 그 조원장부터 우선 섬에서 내몰아버리고 싶은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전 이제 원장님의 동상을 걱정하고 있진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걱정해왔고 또 지금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원장님의 동기가 이나라 그 천국의 진실인 것입니다. 원장님의 진정어린 동기에도 불구하고 원장님 자신도 미처 어쩔 수가 없었던 그 천국의 깊은 정체인 것입니다.“원장님이 현장으로 가시면서 이과장을 찾으시더군요.”“그 주정수 원장 시절에 대해 이것저것 기록을 들추다보니 재미있는 인물이 하나 나타나더군요. 사또라는 간호 수장말인데, 이 사람에 관해선 이과장도 물론 자세한 걸 다 알고 있겠지요?”“난 또다시 주정수가 되고 싶지는 않소.이 섬은 한 사람의 주정수만으로도 이미 충분할 게요.사또 역시 한 사람으로 족할 게요.이과장이 사또가 되지 않는 한 나 역시 주정수가 될 염려는 없을 게요.”죄지은 에다 자식은 해 뭐하냐고그것은 오히려 그만큼 장엄하고 감동적인 한 편의 해상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감동스런 해상 행진은 물론 그 한번만으론 족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말을 끝내고 나서 원장은 한동안이나 이윽이 장로들의 표정을 둘러보고 있었다.이튿날 날이 밝자 원장은 아침부터 눈에 띄게 긴장을 하고 있었다.어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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