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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봄이다. 아마 봄이었을리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다지 덥 덧글 0 | 조회 70 | 2021-06-01 00:45:00
최동민  
계절은 봄이다. 아마 봄이었을리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다지 덥지도 않고, 그다지 춥지도 않은 계절이다.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어. 이번에는 잘될 것 같은 기분이야. 이제 나는 벌벌 떨지 않잖아.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그리고나서 TV 피플은 잡지를 정리하여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전부 아내가 읽지 않는 잡지였다(나는 잡지를 거의 읽지 않는다. 책밖에 읽지 않는다. 나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있는 잡지란 전부 싹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엘르라든가 마리 끌레르라든가 가정화보라든가, 그런 류의 잡지다. 사이드 보드 위에 얌전하게 쌓여있는 그런 잡지들의 순서가 바뀌기라도 하면 웬만한 소동이 벌어진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잡지 옆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들추어 본 적조차 없다. 그러나 TV 피플은 그런 일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차례차례 잡지를 치워버린다. 그들에게 잡지를 소중하게 다루려는 기색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들은 그것들을 그저 단순히 사이드 보드 위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싶을 뿐인 것이다. 쌓여 있던 잡지의 순서가 뒤바뀐다. 마리 끌레르가 크로왓상 위에 놓인다. 가정화보가 앙앙 밑에 놓인다. 그것은 실수다. 더구나 그들은 아내가 잡지에다 끼어둔 책갈피를 팔랑팔랑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책갈피가 끼어 있는 페이지에는, 아내에게 중요한 정보가 실려있다. 그것이 어떤 정보이고,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 나는 모른다. 그녀의 일에 관계되는 것인지, 혹은 개인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일에 관계되는 것인지, 혹은 개인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튼, 그녀에게 그것은 중요한 정보인 것이다. 분명 잔소리를 마구 늘어놓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어쩌다 친구를 만나 기분 좋게 즐기고 오면, 집안이 언제나 이 꼴로 엉망진창이라니까, 라는 둥 하며. 나는 그 대사를 하나도 빠짐없이 떠올릴 수 있다. 어이구 골치야, 하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5유니크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일단 앞뒤는 맞잖나3그는 맨션의 주소와 호수와 전
오후로 이어진 회의에서 나는 또 TV 피플을 보았다. 이번에는 두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들은 어제와 똑같은 소니 컬러 텔레비전을 짊어지고 회의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텔레비전 사이즈는 어제보다 한 뼘쯤 컸다. 이것 참, 하고 나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소니는 우리들 회사의 적수였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이유에서건, 그런 물건을 회사 내로 반입하면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상품을 비교하기 위하여 타사 제품을 부내로 가지고 들어오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회사 마크는 떼어버린다. 타 부서의 눈에 뜨이면 성가신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사방 아랑곳하지 않고, SONY라는 마크를 당당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실내를 한 바퀴 빙 훑어보았다. 텔레비전을 둘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듯한데, 결국 적당한 장소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텔레비전을 짊어진 채 다시 뒷문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TV 피플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TV 피플을 못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역시 TV 피플은 보였다. 그 증거로 TV 피플이 텔레비전을 메고 회의실로 들어오자, 그 곁에 있던 사람들은 자리를 비켜, 그들의 앞길을 터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TV 피플에 대해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반응은 근처 다방 아가씨가 주문 받은 커피를 들고 왔을 때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원칙적으로 TV 피플이 거기에 없는 것으로 여기고 대응하고 있다. 나는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TV 피플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하여 나 혼자만 TV피플에 대한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아내 역시 TV 피플에 대해 미리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느닷없이 방안에 텔레비전이 출현했는데도 놀라지도 않고, 그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 외에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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